나는 가상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현재의 화폐의 기능이, 단순히 사람 간의 거래(물물교환)를 도와주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통화량의 조절, 정부의 세수 확보, 부의 분배, 그리고 돈의 흐름, 곧 자본의 흐름이 우리 미래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화폐는 단순한 보조적 도구, 혹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매우 정치적이고, 가치 함축적인 존재인데, 이를 가상화폐는 너무 단순화시켜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화폐의 존재와 그 가치, 화폐의 발행은 사람간의 합의의 문제이고 정치적인 문제이지, 희소의 가치, 보안의 가치를 통해서 유지되고 채굴을 통해서 생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대양의 시대때 식민지에서 밀려들어온 금이, 시장의 인플레이션만 야기하고 사회의 혼란만 야기 시킨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도 생각한다. (모두가 금을 한 덩어리씩 쥐고 있고, 아무도 일을 안 하려 든다면.... 그게 돌멩이인가 금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가상화폐의 순기능도 생각한다. 이게 순기능인지는 모르겠다...
최근들어서, 개인에게 저마다 이야기가 있고, 인권이 있는데, 왜 국가가 침대 속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느냐면서 간통죄가 사라졌다...(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행할 자유만 주는 거지...)
이러한 개념이라면 세상은 보다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그 책임은 개인이 짊어지도록 하도록 변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융에서는 어떠한가? 가면 갈수록 모든 거래 내역은 전자화되고 기록된다.
필자는 현금을 안들고 다닌 지 오래되었고, 신용카드 구매내역에 '불순한' 것은 없어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간통죄와 비슷하게 숨 막혀하지 않을까 싶다.
가상 화폐가 개인 간 거래의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높이는 방향으로 효과가 있다면 그런 쪽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많기 때문에 일단 가치가 유지되거나 (은밀하게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최근 n번방 사건 사고에서도 특정 화폐로 거래가 이루어진 점을 보면...... 예전에는 사과박스에 차 때기를 했다면, 요즘은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전자화폐가 투명하고, 탈중앙집권적이고, 모든 기록이 공유되고..... 여러가지 좋은 말들이 많지만, 그 지향점은 조금 더 상호간의 거래 문턱(거래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춰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거래가 서로다른 프로토콜(관세체계, 외국환 법, 문화적 차이, 조직 간의 규정, 물리적인 한계, 이질적인 집단....)로 인하여 거래 비용을 수반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런 것들은 조금 '얄팍하게' 바이패스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현시점에서 가상화폐가 국가간의 경계를 허물 정도로 파괴력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가치가 상승할 것 같은 느낌은, 개인간의 거래의 간편한 보조적 매개 수단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다.
앞으로 화폐 발행은 민간에서 한다는 무슨 반달리즘 같은 쓸데없는 말만 조금 줄인다면, 가상 화폐 자체의 순기능에 사람들이 공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가상화폐가 부르짓는 어젠다는 이렇게 좋은 생각과 기술, 프로트콜이 있으니, 너희가 나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보통 이런식이면 망하는데 용케 잘 버티고 있다.